<NOTE>
엉성하고 더럽기 짝이 없다. 무언가 완성되어지지 못한 고철 덩어리들, 불안정하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는 것들.
둔탁하고 무의미 해보이기 그지 없는 것들. 처음엔 다 그런 것들로 시작한다. 존재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을까 무엇을 위해 꼭 존재하던 것들은 아니었을 건데.
돌을 몇 개 주어 분칠을 해 줬다. 이 돌덩어리들에게 붉은색 분칠을 해주면 아무것도 아닌 돌들도 의미가 있어 보일 것 같았다. 그저 길거리에 발에 치이며 굴러다니던 돌들인데 다르게 보일까?
어쨋든 예뻐 보이려고 칠해줬는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자니 억지스럽기도 하다.
근데 돌 스스로는 예뻐서 뭐할까. 그것은 생명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독일의 저명한 생물학자 요제프 H.라이히홀프의 저서‘미의 기원’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다. 아름답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생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본능적인 행위다. 종의 번식을 위해 더 아름다워야 번식의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스스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직감을 하는 것 같다.
아마 패션도 그런 본능에서 출발한 행위가 아닐까 추측된다. 옷이란 것이 최소한 몸을 보호하고 따듯하게 해주는 것을 탈주해 패션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미적으로 우월하기 위해 또는 보완하기 위해 패션의 영역은 옷 이상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있다. 화장, 성형, 몸매, 향기 등 그것에 더불어 예술, 공간까지도 그 영역이 확대되어 있다.
이것은 인간의 생명력이 얼마나 치열한지 설명해주는 듯 하다. 더 우월한 종의 번식을 위해 아름다움을 향하는 본능적 행위. 그런데 스스로 아름다움을 추종하던 사이 우리는 본질까지 분칠 되어 왜곡된 패션에 도달한 건 아닐까.
분칠했다고 돌멩이가 예뻐 보이지 않는 건 돌멩이 자체의 본질을 뒤덮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Location: 서울 강남구 선릉로 153길, 38
Period: 2017년 11월 6일 ~ 30일
Photography: Sunghoon Han